지금은 애니메이션 작업을 주로 하지만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키무라 타카히로는 베리어블 지오, 바이퍼 시리즈에서 매력적인 미소녀 캐릭터들을 그렸던 게임 원화가였습니다. 2000년 VIPER-GTB 이후 한동안 게임 작업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도 웨이트레스 전사 하면 유카나 아키라가 생각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죠.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작업 이외에도 참여했던 작품의 콘티나 설정 자료를 동인지 형식으로 묶어 코미케에 간간히 참가했습니다. Risky Dolls라는 개인 화집이 하나 있으며 미소녀 전문 만화 잡지 カラフルBee 표지를 1년 정도 그리기도 했습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렇게 다양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18금 애니쪽 일은 일절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관련 업계랑 사이가 안좋나 했는데 이 사람 작업 신조가 '18금 게임 일은 해도 18금 애니 일은 하지 않는다'랍니다. (별 놈의 신조가 다 있네요.)
키무라 타카히로 그림체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쭉쭉빵빵. 가슴 크기와 다리 길이를 특히 강조하는데 전체적인 균형을 잘 맞추는 편이라 아무리 크고 길게 그려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에로하지요.) 여기에 펜선이 살아 있어 그림 자체가 굉장히 역동적인 느낌을 줍니다. 애니 작화를 맡건, 게임 원화를 그리건간에 이런 장점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이 사람이 맡은 작품은 굉장히 튀어 보이죠. 거물 일러스트레이터 우루시하라 사토시(うるし原智志)나 요코다 마모루(横田守) 역시 비슷한 장점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 두 사람의 그림체는 요즘 비호감으로 바뀌고 있는 반면 키무라 타카히로의 그림체는 여전히 균형을 잃지 않아 팬의 한 사람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키무라 타카히로가 참여했던 작품들을 살펴 보겠습니다. 1993년부터 원화일을 맡아 온 것 치고는 담당한 작품이 많지 않네요. 건전한 이미지들만 걸었지만 모두 에로게라 가렸으니 취향이 아니신 분들은 클릭하지 마세요.

V.G.(ヴァリアブル・ジオ) - GIGA, 1993년 7월 9일 발매
세계 최고의 다국적 기업 쟈하나 그룹에서 개최하는 웨이트레스 격투 대회 베리어블 지오. 총상금 10억엔과 우승자에게 그룹 차원의 특혜가 주어지는 이 행사는 불황으로 힘들어 하는 외식 산업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참가 대상이나 경기 조건과 같은 세부 사항이 일절 공개되지 않는 이 대회는 3회까지 열렸지만 아직 우승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룹 총수인 레이미 쟈하나가 결승전 상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패밀리 레스토랑 한나 미라즈 소속의 웨이트레스 타케우치 유카에게 4회 대회 참가를 요청하는 신청서가 배달됩니다.
키무라 타가히로의 에로게 원화 데뷰작으로 전설의 웨이트레스 전사 타케우치 유카를 탄생시킨 작품입니다. PC-9801용으로는 드물게 미소녀들을 전면에 내세운 2D 격투 게임으로 키무라 타카히로의 매력적인 그림체, 멋진 제복의 미소녀 웨이트레스가 서로의 명예를 걸고 싸운다는 명확한 컨셉, 잘 다듬어진 게임 밸런스 등으로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후에 ADVANCED V.G.라는 이름으로 PC-ENGINE, PS, SS로 이식되었으며 성인틱한 분위기의 OVA로도 발매되었지요. (18금은 아닙니다.) 키무라 타카히로가 관여한 2편까지는 꽤 괜찮은 격투물이었는데 이후에 발매된 Custom, Max, Adventure, Neo 등은 원 제작진이 하나도 참여하지 않은, 이름만 V.G.인 게임들이라 기존 팬들을 물먹인 것으로 유명하지요.

スチームハーツ - GIGA, 1994년 3월 15일 발매
풍요로운 혹성 웨스티나. 현명한 여제 니르바나와 출중한 능력의 마스터 엠브리오들이 통치하는 이 혹성에 어느 날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침투합니다. 여제를 비롯한 마스터 엠브리오들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평소의 선량한 성품을 잊고 파괴를 일삼기 시작했고 풍요의 혹성은 어느덧 지옥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선천적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가진 엠브리오 브로와 파라는 자신들의 신체적 특성을 이용해 별을 구하기로 결심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제와 마스터 엠브리오들에게 총구를 겨누기 시작하는데...
키무라 타카히로의 매력적인 이형 캐릭터들이 돋보이는 슈팅 게임입니다. 1994년 3월에 PC-9801용으로 처음 발매되었고, 1996년 3월에 PC-ENGINE 이식을 거쳐 1998년 9월에는 새턴용이 나왔습니다. 원작이 성인용이라 양대 콘솔로 이식된 버전은 모두 연령 제한 등급으로 발매되었지만 가정용이라는 한계 때문에 므흣한 이벤트들이 왕창 수정되었지요. 대신 콘솔용 버전은 슈팅 모드가 상당히 강화되어 STG 자체만 놓고 봐도 충분히 즐길만한 게임이 되었습니다. (리뷰)

V.G.2-姫神舞闘譚- - GIGA, 1994년 11월 25일 발매
4회 대회 우승자 타케우치 유카는 베리어블 지오와 관련된 쟈하나 그룹의 음모를 알게 된 후 자취를 감춰버립니다. 이와는 관계 없이 다음 대회 참가 신청서가 각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전달되고 전 대회에서 고배를 마신 도전자와 새로운 웨이트레스들이 각 점포의 명예를 걸고 경쟁하기 시작됩니다. 하지만 사건의 흑막인 쟈하나 그룹은 여전히 건재한 상태이고 유카에게 패했던 레이미 역시 다음 결승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키무라 타카히로가 참여한 마지막 V.G. 시리즈입니다. 시스템은 전작에 비해 별로 달라진게 없지만 신 캐릭터가 6명이나 추가되어 즐길거리가 많아졌지요. 이건 성인용 격투 게임이라 이기면 YOU WIN!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보너스가 제공되기 때문입니다. 95년에는 2편을 모체로 슈퍼 패미컴용 スーパーヴァリアブル・ジオ가 발매되었고 98년에는 ADVANCED V.G.2라는 이름의 PS판이 발매되었습니다. ADVANCED V.G.2는 시리즈의 완전판에 가까워 밸런스도 잘 조정되어 있었고, 특히 키무라 타카히로가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를 담당한 애니메이션 오프닝이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VIPER-V16 RISE - SOGNA, 1995년 12월 22일 발매
키무라 타카히로가 처음으로 참여한 바이퍼 시리즈입니다. VIPER-V16은 IMAGINE과 RISE 두 편으로 나뉘어 발매되었는데 키무라 타카히로는 베리어블 지오 시리즈의 히로인 타케우치 유카 이미테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 아키라가 등장하는 RISE편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건강한 몸매의 검도소녀 아스카, 섹시한 악마 카레라와 함께 바이퍼 시리즈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웨이트레스 전사 아키라의 데뷰작이라 더욱 기억에 남네요.
이 작품에는 재미있는 후일담이 있습니다. 게임에서 아키라 일행이 근무하는 레스토랑 이름이 Anne Mitters인데 이건 실제 존재하는 레스토랑 Anna Miller's를 모델로 했다고 합니다. 궁금해서 레스토랑 정보를 찾아보니 귀여운 웨이트레스 제복으로 유명한 곳이고 이 게임 외에도 꽤 많은 애니메이션에 출현했다고 하네요. :)

ハーレムブレイド - GIGA, 1996년 4월 26일 발매
전설의 대륙 메이플리즈. 2000년전 마왕 가르간츄아의 공격으로 멸망 직전의 세계를 구한 것은 여신 판나콧타의 가호를 받는 영웅 마크라크렌이었습니다. 2000년이 지난 후 귀족의 반란으로 대륙은 다시 어지러워졌지만 먼 옛날 마왕으로부터 인류를 구한 용자 마크라크렌과 같은 이름의 검사가 나타나 반란군을 제압합니다. 다시 돌아온 평화의 시기, 시골 마을에 정착한 검사는 평범한 여성과 결혼해 카인과 아벨을 낳습니다. 아버지를 닮아 용맹한 카인과 나약한 성격의 아벨, 이 둘 사이를 이어주는 소꼽친구 쇼콜라의 일상에 마왕 부활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키무라 타카히로와 GIGA의 마지막 합작품으로 PC-9801 황혼기를 빛낸 멋진 RPG입니다. 기본적으론 동급생류의 연애 요소를 접목한 일본식 2D RPG인데 18금 요소를 다 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와 시스템이 잘 다듬어져 있습니다. 용자의 마왕 퇴치로 대표되는 고전적인 스토리에 15명이나 되는 히로인들(96년작인데도 요즘 인기있는 코드의 미소녀들은 다 나옵니다.)과의 연애 이야기를 적절하게 섞여 있는 스토리도 흥미롭고 속도감 있는 전투와 짜임새 있게 구성된 캐릭터 성장 시스템이 게임의 재미를 더하지요. Windows 버전도 있으니 일본식 RPG 좋아하시면 꼭 플레이해보세요.

VIPER-F40 - SOGNA, 1997년 11월 20일 발매
전직 형사 라이카는 조수인 시라와 함께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일어난 연속 실종 사건을 조사하다가 배후에 거대 조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조직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전 동료인 형사 리리아와 로이드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계속된 방해로 조사는 난관에 봉착하게 되고 시라와 리리아마저 사건의 희생자가 되버립니다. 이에 라이카는 조직의 아지트로 의심되는 장소에 단독 잠입하는데...
코믹한 VIPER-V 시리즈와는 달리 시리어스한 분위기의 VIPER-F 시리즈 첫 작품입니다. 키무라 타카히로의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과 PC-9801용에 비해 월등히 좋아진 색상, 엄청난 동화수로 인해 애니메이션 파트는 극상의 퀄리티를 보여주지만 여성 캐릭터 능욕신이 너무 하드하고 시종일관 심각한 분위기로 진행되어 호불호가 많이 갈렸던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강간 이벤트가 너무 많이 나와 비추.

みるきぃ☆はみんぐ - MEDUSA, 1998년 12월 11일 발매
원래 제목은 シャーマニックアイドルMilky Humming(ミルキィ・ハミング)으로 외관상으로 보면 변신하는 무녀가 등장하는 마법 소녀물입니다만... 죽어라 검색했는데 관련 이미지를 하나도 못 찾을 정도의 형편 없는 인지도와 중고가 500엔대의 압박, 키무라 타카히로가 모종의 일로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원화를 맡은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형편 없는 완성도의 게임이었습니다. 원화가에게는 흑역사에 해당하는 작품.

ON AIR - BROWNIE, 1999년 3월 5일 발매
오랜 백수 생활 끝에 유명 방송국 조명 보조일을 시작하게 된 주인공. 첫날부터 지각하는 바람에 입사 담당 여사원에게 엄청 깨지고, PD의 불호령에 무거운 장비 들고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고된 일을 시작합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회장 딸 미오, 활달한 성격의 신인 캐스터 아이, 주인공에게 한 눈에 반한 인기 아이돌 시즈카 등 내세울 것 없는 주인공 주변에 모여드는 절세미인들과의 달콤한 사내 연애를 다룬 어른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제목보고 눈치 채셨겠지만 방송국을 배경으로 한 연애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조명 보조로 방송일을 시작한 주인공이 주변의 여러 캐릭터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 중 한 캐릭터와 엔딩을 보는 것이 게임의 목적. 방속국과 시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공략 대상과 친해져야 하고 어려운 일도 해결해 주면서 호감도를 쌓고 결정적인 순간에 맺어져야 원하는 엔딩을 볼 수 있습니다. 게임내 시간에 맞추어 진행해야 하는 이벤트, 필드 이동 방식, 호감도 잘 관리해 엔딩을 보는 방법 등 전반적인 요소들이 공전의 히트작 동급생 시리즈를 많이 닯아 아류작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게임 자체는 무척 재미있습니다. 동급생류의 연애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리뷰)

VIPER-GTB ~RISE After~ - SOGNA, 2000년 1월 17일 발매
지하 세계의 왕 시드와 사키가 결혼하면서 지상에 평화가 찾아옵니다. 오늘도 평소와 다름 없이 레스토랑 일을 하고 있는 아키라와 카린. 갑자기 부상을 입은 사키가 도와달라며 두 사람을 찾아옵니다. 해저인들의 습격으로 지하 세계는 쑥대밭이 되고 시드와 그의 아들 키스는 여왕에게 납치된 상태. 이 얘기를 듣고 아키라와 카린은 하나뿐인 친구 사키를 위해 다시 지하 세계로 들어갑니다.
1995년에 발매된 VIPER-V16 RISE의 후속편입니다. 애니메이션 퀄리티도 높은데다 인기를 끌었던 아키라 패밀리을 다시 볼 수 있어 좋았지만 VIPER-F 시리즈도 아니면서 쓸데없이 무게잡은 게임 분위기와 산으로 가는 스토리 덕분에 비싼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라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그나마 드래곤 퀘스트풍의 전투 모드가 나름 괜찮았고 전작들에 비해 길찾기 모드가 잘 다듬어져 있다는 사실이 위안거리. 키무라 타카히로의 원화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한 작품이었습니다.

VIPER-GT1 - SOGNA, 2000년 8월 31일 발매
VIPER V16, VIPER GTB의 외전격인 작품입니다. 아키라, 카린 등이 근무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 하며 적당히 호감도만 올려 한 캐릭터와 엔딩을 보는 게임입니다만 이벤트가 랜덤이라(동일한 능력치, 동일한 루트로 진행해도 이벤트가 다르게 발생합니다.) 운이 좋아야 공략 대상의 호감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여기다 베드 엔딩을 직행하는 이벤트가 일정한 패턴 없이 튀어나오기 일쑤라 게임을 제대로 진행하기 힘듭니다. 애니메이션 퀄리티도 별로라 개인적으로 최악의 바이퍼 시리즈였습니다.
아키라가 등장하는 마지막 작품이지만 키무라 타카히로가 캐릭터 원안만 담당했고 게임 캐릭터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파트 작화는 코무스메(小娘)라는 가명을 사용한 여성 애니메이터 에바타 리사(江端里沙)가 맡아 그 길쭉한 캐릭터들이 모두 만두화 된 것도 마이너스 요인. 이래저래 좋은 구석이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리뷰)

あの街の恋の詩 - P-FACTORY, 2006년 3월 31일 발매
주인공 사나다 쿄우헤이는 소우카이 거리에 살고 있는 평범한 학생. 매일 잠을 깨워주는 소꼽친구 시호와 활달한 클래스메이트 토모코, 조용한 성격의 러시아 혼혈 이리나, 추리 소설 매니아인 카에데와는 친구이상/연인미만의 사이입니다. 이들과의 아슬아슬한 관계는 1년에 한 번 있는 마을 축제 사고로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틀어진 일상 사이로 파고드는 네 소녀와의 신비로운 사랑 이야기가 게임의 주된 스토리 라인.
한 동안 애니메이션 작업에 전념하던 키무라 타카히로가 6년만에 에로게 원화를 맡았습니다. 처음 보는 제작사 작품이길래 고개를 갸우뚱 거렸는데 P-FACTORY는 미소녀 캐릭터 및 컨텐츠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ぱにっくMEDIA MIX의 게임 브랜드이고 이 회사는 키무라 타카히로의 오리지널 캐릭터 ぱにっくちゃん을 회사 로고로 사용할 정도로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회사 지분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듯) 한마디로 자기 회사가 제작하는 게임에 참여한 셈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캐릭터 디자인, 작화, CG 감수를 모두 담당했습니다. (덕분에 그래픽 퀄리티는 극상)
개성있는 캐릭터와 원화는 상당한 수준이지만 게임 스토리까지 좋은 건 아닙니다. 잔잔한 학원물로 시작하다가 갑자기 세상을 구할 무녀를 찾아야 하는 다소 무거운 이야기로 바뀌는 부분이 매끄럽지 않은데다 순애물인 것 같기도 하고, 코믹물 같기도 하고, 진지한 전기물 같기도 한 게임 분위기 덕분에 몰입도는 꽝. 괜찮은 성우 연기들과 원화 덕분에 그럭저럭 B급 단계에는 도달한 평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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