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작품 수 만큼이나 마이너한 게임들의 원화만 맡아 기억하시는 분이 거의 없을 겁니다. 하지만 담당한 게임 원화들을 보면 펜선이 놀라울 정도로 살아있어 눈길을 확 잡아 끄는 매력이 있습니다. 처음 원화를 담당한 게임 CHIROL을 플레이했을 때 거친 듯 하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그림들이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이제 이런 그림들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제 원화가가 담당한 작품들을 살펴 보겠습니다. 건전한 이미지들만 걸었지만 모두 에로게라 가렸으니 취향이 아니신 분은 클릭하지 마세요.

CHIROL~もがれた翼~ - ERROR, 2001년 10월 5일 발매
주인공 이사오는 재벌가 세째 아들로 아버지 잘 만나 돈 펑펑쓰면서 여자 후리고 다니는 전형적인 망나니. 어느 날 사무실에서 여직원과 놀아나다 아버지에게 들켜 변두리 패밀리 레스토랑 점장으로 좌천됩니다. 이쯤에서 정신을 차렸으면 좋으련만 제 버릇 개 못준다고 공금을 훔치다 들킨 부점장을 협박해 자신의 성노예로 삼은 다음 근무하는 웨이트레스의 약점을 잡아 차례차례 정복하면서 자신만의 할렘을 건설하기 시작합니다.
타케노우치 유스케의 원화 데뷰작이지만 시스템이나 스토리만 놓고 보고 참 할 말이 없는 게임입니다. 변두리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개망나니 재벌 2세의 하렘 구축기를 다룬 작품인데 캐릭터성이 별로인데다 게임이 너무 짧아 대사 다 읽어도 반나절이면 올클이 가능합니다. 막장 능욕물로 죽 나갔으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엔딩은 뜬금 없이 순애물 분위기를 풍기는 것도 마이너스 요인. 정말 원화 빼고는 남는게 없는, 제작사 이름 그대로 에러였습니다. (리뷰)

MODE~モード~ - ERROR, 2003년 9월 26일 발매
캐릭터 팬시 용품을 주로 판매하는 업계 4위의 중견 기업 바카스. 주인공은 청운의 꿈을 품고 이 회사 개발부에 입사하지만 벌리는 사업마다 실패해 입사 4년만에 회사는 부도 위기에 처합니다. 경영진은 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각 사업부 단위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명령하고 일정 기간 성과가 없는 부서는 정리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합니다. 심장이 약한 사업 본부장과 함께 휴대폰 사이트 개발 부서에 배속된 주인공. 3개월만에 유료 회원 1만명을 유치해야 사업부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에 주인공은 생존을 위해 사이트를 성인용 컨텐츠로 채우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이게 인기를 끌어 부서가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과연 주인공은 사업부를 살릴 수 있을까요?
전작이 별로라 기대를 안했는데 상당히 재미있게 플레이했습니다. 개발부 소속이지만 사진 찍는 실력은 프로급인 주인공이 사업부를 살리기 위해 거리를 활보하며 얼굴과 몸매 되는 걸들을 헌팅해 에로한 사진을 찍어 부서 매출을 높이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시스템이 꽤 그럴싸합니다.) 빛나는 원화야 말 할 것도 없고 부서 경영, 사진 촬영과 같은 게임 시스템도 수준 이상입니다. 모델 후보들과 카드 배틀을 벌여 사진을 찍는 것도 재미있고 촬영씬도 독특하게 구성되어 있어 에로 빼고도 플레이하는 맛이 납니다. 여기에 3명의 매력적인 히로인들과의 에로한 연애담도 게임의 재미를 더하지요. 오래된 게임이지만 추천작이니 원화가에 관심 있으면 돌려보시기 바랍니다.

エンゲージ ~お姉様と私~ - burston, 2005년 6월 17일 발매
정재계에서 내노라 하는 집안의 아가씨들만 다닐 수 있는 사립 여학원. 기숙사제로 운영되며 남자들의 출입은 엄격히 금지된 이곳에는 엔게이지(エンゲージ; engagement)라는 교류 제도가 있습니다. 뜻이 맞는 선배와 후배가 서로 짝을 이뤄 기숙사 방을 같이 쓰면서 학업을 돕는 일종의 학생 자치 제도인데 친밀도가 높은 경우 육체 관계로 발전하기까지 합니다. 어느 봄, 모든 것이 새로운 신입생 우라와 유우카가 인게지 상대로 인기 절정의 선배 카와사키 쇼코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원화가의 유작인데 개인적으로 수비 범위 밖인 백합물이네요. 명망있는 여학교, 한가닥 하는 집안의 다양한 미소녀들, 그리고 적당한 에로와 백합 플레이 등 이쪽 계열의 왕도를 그대로 따른 게임이지만 특이하게도 백합편과 능욕편으로 나뉘어 있어 원하는 스토리를 골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백합편은 신입생인 유우카 시점에서 진행되는데 유명한 모 백합물을 베낀게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공략 가능한 히로인은 달랑 2명이고 각각의 스토리도 짧지만 백합물로서의 분위기는 수준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능욕편은 남성 교사인 주인공이 백합편에 등장한 히로인과 서브히로인을 농락하는 이야기입니다. 백합편과는 달리 강도 높은 에로씬이 나오긴 하지만 여기도 볼륨이 부족하긴 매한가지입니다.
백합물 좋아하는 유저 입장에선 능욕편이 눈에 밟히고, 능욕물 팬 입장에서는 백합편이 계륵입니다. 나름 참신하게 구성하긴 했는데 유저층을 애매하게 갈라놓은 모양새가 되 버렸네요. 듣기 편한 BGM은 좋았는데 성우 연기가 미숙하고 음성이 탁하게 녹음되어 있어 중간 중간 스피커를 끄고 플레이했습니다. 역동적인 느낌의 원화는 여전히 강력했지만 게임성으론 평균 이상의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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