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만 놓고 볼 때 이 작가의 매력은 스케치한 느낌의 원화. 보통 에로게 원화는 레이어 작업이나 채색하기 편하게 애니메이션 셀화처럼 경계선을 뚜렸하게 그리는데 키리야마 타이치는 초기작을 제외하고 캔버스에 연필로 데생해놓은 것처럼 그립니다. 고만고만한 실력이면 지저분하게 보일텐데 옅게 칠한 배경과 은근히 잘 어울리면서도 캐릭터의 표정이나 움직임을 생동감 있게 표현해 눈을 확 잡아끄는 매력이 있습니다. 게다가 흥분할만한 장면 잡아내는데 능하고 에로씬 연출도 수준급이라 그쪽 이벤트만 줄창 나와도 지겹지 않아요. (보통 키리야마 타이치가 원화나 기획을 맡으면 이벤트 장면 중 99% 에로씬입니다.) 담당한 게임 수가 많지 않은데도 원화가 인기 투표 상위권을 지키는 걸 보면 물 건너에도 주인장처럼 톡특한 느낌의 그림체에 매료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전술한 것처럼 2007년말부터 SIRIUS라는 개인 서클 이름으로 코미케에 참여하고 있으며 개인 화집을 낸 적은 없지만 SEXFRIEND, MAID iN HEAVEN SuperS 비주얼 팬북에 다수의 핀업 일러스트가 실려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이제 키리야마 타이치가 원화를 담당했던 작품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모두 에로게라 가렸으니 취향이 아니신 분들은 클릭하지 마세요.

PILcaSEX - PIL, 1996년 7월 26일 발매
STONEHEADS의 SM 전문 브랜드 PIL의 초기작으로 5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각각 조교, 집단 따돌림, 간호사, 죽음, SM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이 중 SM이 PIL의 출세작 SEEK의 애프터 스토리여서 '약간' 관심을 끌었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별로였습니다.
키리야마 타이치는 전작인 堕落の国のアンジー~狂界の牝奴隷達~에서 그래피커로 처음 게임 제작에 참여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여고생이 등장하는 단편의 원화를 맡았습니다. 16컬러에다 지금처럼 쭉 빠진 스타일도 아니지만 액티브한 에로씬은 다른 단편들과 비교하면 군계일학의 수준.

MAID iN HEAVEN~愛という名の欲望~ - PIL, 1998년 12월 18일 발매
가슴 큰 메이드를 고용하는 것이 꿈인 주인공.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라 변두리 맨션에 혼자 살면서 오늘도 만원 지하철로 출퇴근을 반복하는 지루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퇴근해서 집에 가보니 문 앞에 취향에 딱 맞는 왕가슴 메이드가 기다리고 있고 주인공을 보자마자 품에 안깁니다. 이 메이드 소녀의 이름은 나기사. 주인공보다 5살 어린 소꼽친구로 어릴 때부터 메이드 타령을 하던 주인공을 위해 가슴도 키우고, 메이드 학교(이런게 있나?)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재원입니다. 이렇게 메이드를 고용하는 것이 꿈인 남자와 메이드가 되는 것이 꿈인 여자의 에로한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키리야마 타이치의 첫 단독 원화작으로 女郎蜘蛛로 유명한 마루타니 히데토(丸谷秀人)가 시나리오를 담당해 화제가 된 작품이지요. 하드한 분위기의 SM물을 주로 제작하던 PIL의 컬러를 확 바꾼 작품인데 별 다른 스토리 없이 대부분의 이벤트가 에로씬으로 채워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에로에 특화된 다채로운 시츄에이션, 깔끔한 메뉴 구성과 수준 이상의 원화, 귀에 쏙 들어오는 배경 음악으로 아직까지 고전 메이드물 중에선 최고라는 치는 유저들이 많지요. (주인장 포함) 게임 내용 이외에도 주제곡인 메이드상 로큰롤이 여러가지 의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죠. (에로게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본편은 참 좋았는데 AV 배우 아사쿠라 마리아(朝倉まりあ)가 주연한 실사판(2000년 2월 18일 발매)을 보시면 헉! 하실 겁니다. 토리코 실사판과 더불어 에로게는 2D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 모범적인 사례.

ハーレムレーサー ~恋のレギュレーション待ったなし!~ - Jam, 1999년 10월 22일 발매
제목만 보면 쭉빵한 레이싱걸들과 놀아나는 하렘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특이하게 레이서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프인세스 메이커 시리즈처럼 일주일 단위로 일정을 짜 운동도 하고, 레이싱 연습도 하고, 체력도 보강해 최강의 레이서를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성인용 게임이므로 여성 캐릭터와의 에로틱한 연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속도감 넘치는 타이틀곡과 오프닝 애니메이션은 플레이어의 눈길을 확 잡아끌고, 육성 파트가 의외로 잘 다듬어져 있지만 메뉴 구성이 불친절하고 공략 대상과의 이벤트가 비슷비슷해 중반 이후 게임이 많이 지루해집니다. 어떻게 보면 육성 파트의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레이싱 경기도 아나운서의 중계 장면 몇 컷으로만 구성되어 있어 단조로움을 더하죠. 첫인상만 괜찮은 게임이었습니다. (리뷰)

欲望執行人 - PIL, 2000년 11월 24일 발매
5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어드벤쳐 게임으로 발매 때 캐치 프레이즈가 재미있습니다. 이 게임의 여성들은 어릴 적 트라우마가 없습니다, 여동생도, 소꼽 친구도, 병약 미소녀도 일절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 게임에서 사랑의 기적 따위는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위 선전 문구 그대롭니다. 스토리? 그런거 없죠. 지하철, 병원, 패밀리 레스토랑 등 이쪽 게임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소를 배경으로 5개의 에로한 시츄에이션을 진행하고 나면 게임 끝. 솔직히 게임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그냥 생각없이 즐길만은 합니다. 여기서 키리야마 타이치는 병원에서 에로한 간호사의 XX한 봉사를 그린 '깁스'편의 원화를 맡았습니다.

XXXXX(ファイブ・エックス) - STONEHEADS, 2001년 6월 29일 발매
전작인 欲望執行人과 비슷한 구성의 옴니버스식 능욕물이지만 이야기가 5편에서 3편으로 줄면서 각 화의 스토리가 조금씩 길어졌습니다. 여기서 키리야마 타이치는 에로한 간호사 미즈키편의 원화를 맡았는데 간호사가 등장하면서도 배경은 고등학교 교실이라 조금 이상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병원이든, 교실이든 하는 행위 자체에는 변함이 없지만...) 전작에 비행 한층 에로해진 원화가 기억에 남는 작품.

タイピングSM 鞭打 - PIL, 2001년 12월 14일 발매
마작과 더불어 에로게 제작사라면 반드시 하나 정도는 낸다는 타이핑 소프트웨어입니다. 난이도가 3단계로 구분되어 있고 키리야마 타이치는 초급 단계인 메이드편을 맡았습니다. SM 전문 제작사답게 타이핑 과정이 다소 매니악하게 구성되어 있어 색다른 느낌을 주지만 이벤트 그래픽이 거의 MAID iN HEAVEN 때 이미지를 재활용한 거라 아쉽더군요.

SEXFRIEND~セックスフレンド~ - CODEPINK, 2003년 3월 20일 발매
2학년생 타카베 토모히로는 어느 날 같은 반인 하야세 미나에게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됩니다. "저...하지 않을래?" 이 한마디에 첫 경험을 하게 된 토모히로. 그 후 둘은 섹스 파트너가 되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줄창 '그짓'에 매진합니다. 하지만 왜 미나가 자신을 그렇게 탐하는지 모르는 주인공. 이런 주인공에게 후배 카오리와 양호교사 타에코가 접근하면서 미묘한 관계로 발전하게 되는데...
STONEHEADS의 신생 브랜드 CODEPINK의 첫 작품으로 여기서 키리야마 타이치는 원화뿐만 아니라 기획까지 담당했습니다. 3년간의 공백기를 거쳐서인지 화풍이 더욱 에로하게 바뀐것이 보기 좋았고 이벤트 그래픽만 400장이 넘는 게임 볼륨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제작사는 학원생활 시뮬레이션이라고 주장하는데 MAID iN HEAVEN과 같은 밝고 명랑한 에로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히로인 하야세 미나역을 맡은 에로게 전문 성우 다이너마이트 아미(ダイナマイト♥亞美)의 열연이 돋보였으며 MAID iN HEAVEN의 황금 콤비 키리야마 타이치, 마루타니 히데토의 시너지 효과가 빛을 발했습니다.

MAID iN HEAVEN SuperS - PIL, 2005년 3월 18일 발매
제목 보시면 알겠지만 1998년에 발매된 키리야마 타이치의 출세작 MAID iN HEAVEN~愛という名の欲望~의 리메이크작입니다. 그래픽을 일신했고(같은 원화가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시스템 메뉴를 편리하게 재구성해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가장 괜찮았던건 풀 음성 지원으로 바뀌었다는 것. 성우는 SEXFRIEND 때처럼 다이너마이트 아미가 맡았는데 듣고 있으면 살살 녹을 정도로 에로합니다. 이 성우 목소리 꼭 들어보세요.

Sweet Home~Hなお姉さんは好きですか?~ - CODEPINK, 2007년 12월 14일 발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자취를 시작하면서 자유를 만끽하는 주인공. 하지만 이 행복은 하숙집 화재로 물거품이 되어 버립니다. 어쩔 수 없이 짐을 싸들고 의붓 어머니가 사는 본가로 돌아오지만 이곳은 이미 여자 기숙사로 바뀐 상태. 멋도 모르고 돌아온 첫날부터 불법 침입자로 오인받아 천장에 매달립니다. 수상한 분위기의 누님들만 잔뜩 있는 기숙사에 머무르는 걸 꺼려하는 주인공에게 하숙생 4인방과 의붓 어머니는 야릇한 눈빛과 함께 같이 살자고 말하는데...
의붓 어머니와 배 다른 동갑내기, 3명의 개방적인 누님들과 함께하는 밝고 에로한 러브코믹물입니다. 전반적인 게임 분위기는 SEXFRIEND와 비슷한데 연령대로 등장 캐릭터들이 많아 다채로운 느낌을 줍니다. 이전 두 작품과는 달리 에로씬이 일방 진행식이라 조금 단조로운 게 옥의 티. 더불에 셀화풍으로 바뀐 원화가의 그림체도 주인장에겐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습니다.

皇涼子のBitchな1日 - CODEPINK, 2008년 12월 12일 발매
모사립학교에 근무하는 여교사 스메라기 료코. 얌전한 외모의 모범 교사 이미지와는 달리 엄청 색을 밝히는 섹스 머신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동생과 한 판, 출근길에는 제자들 희롱, 학교에선 수업 시간 중 몇 판, 퇴근 후에도 기분 내키는대로 몇 판...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잠을 못자는 료코 선생님의 색스러운 하루를 게임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에로에 특화된 실용적인 ADV라고 제작사는 소개하던데 정말 아침부터 밤까지 줄창 하다가 끝납니다. 에로씬이 일방 통행식이라 조금 단조롭긴 한데 히로인인 료코 시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관능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에로 게임에서 로맨스는 사치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한 번 돌려보세요. 더욱 야해진 원화가의 그림체가 기억에 남았던 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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