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 시뮬레이션의 걸작 졸업과 에로게 시장 트랜드를 바꾼 동급생의 빅히트로 타케이 마사키는 단시간에 게임계를 대표하는 원화가가 됩니다. 당시로는 애니메이터 출신 원화가가 드물기도 했고 그림 실력과 작업 속도면에서 정평이 나 있는 작가인지라 어찌보면 당연한 성공이기도 했지요. 게임 원화일 이외에도 大人の童話라는 동인 서클을 만들어 코미케에 참여했으며 야마다 타로라는 펜네임으로 성인 만화까지 그렸습니다. 이게 다 광속의 작업 속도 덕분.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깊은 법이지요. 단기간의 성공으로 자신감이 붙였는지 타케이 마사키는 동급생2 발매 후 개발사를 차려 독립했고 쥬피터라는 브랜드로 게임을 직접 프로듀싱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어도 요코다 마모루처럼 원화쪽에 전념했으면 별 문제가 없었을텐데 장기인 원화 작업을 최대한 줄이고 게임 프로듀싱에 몰두한 것이 화근. 첫 작품인 さすらいの料理人(2000년 8월 4일 발매)부터 쫄닥 망해 얼마 후 회사는 문을 닫았고 2001년에 결국 친정인 실키즈로 복귀했습니다. 2007년부터는 애니메이션 작화일을 다시 시작했다고 하네요. 욕심만 안부렸으면 지금도 본좌 대우를 받을텐데 요즘은 프리로 만화를 그리면서 소일하고 있답니다.
이제 타케이 마사키가 원화를 담당한 게임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실키즈 복귀 후 작품들을 빼고는 모두 업계의 전설급이네요. 전연령 게임들도 있지만 대부분 에로게라 가렸으니 취향이 아니신 분들은 클릭하지 마세요.
卒業 ~Graduation~ - JHV, 1992년 6월 1일 발매
1991년 프린세스메이커 발매로 시작된 육성 시뮬레이션 붐의 기폭제 역할을 한 명작입니다. 1992년 PC-9801판을 시작으로 2004년 Windows용 복각판이 나오기까지 7개 기종(X68, PCE, FM-TOWN, Mac, 3DO, SS, WS)으로 이식되었고, 이식 수준도 괜찮아 고른 인기를 누렸습니다. 신임 교사가 되어 개성넘치는 말썽쟁이 여고생 5명을 대학에 보내는게 목표인 이 게임은 지금도 감탄사가 나올 수준의 원화부터 짜임새 있는 육성 시스템, 경쾌한 BGM까지 어느 한 부분도 떨어지지 않는 완성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이후 졸업은 정식 시리즈 3편(卒業II ~Neo Generation~, 卒業III ~Wedding Bell~, 卒業 ~Next Graduation~)과 다양한 번외편(卒業M, 卒業R, 卒業番外篇 ねぇ麻雀しよ!, 結婚 ~Marriage~, お嬢様捜査網, 卒業Vacation)이 발매되었지만 타케이 마사키는 더 이상 이 시리즈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同級生 - elf, 1992년 12월 17일 발매
남녀간의 에로신에 치중했던 기존 작품들과는 달리 히로인을 공략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애를 즐긴다는 컨셉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작품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된 다채로운 이벤트, 타케이 마사키의 화려한 원화, 일반 게임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배경 음악, RPG 처럼 필드를 이동해가며 게임을 진행하는 획기적인 시스템까지 게임의 모든 요소가 '명작'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는 작품입니다.
1992년 PC-9801판을 시작으로 95년과 96년에는 PCE, 새턴으로 이식되었으며 1999년 8월 27일에는 그래픽을 일신하고 엔딩을 순화한 Windows판이 발매되었습니다. 2007년 3월 1일부터 오리지널 버전을 DMM에서 유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으니 올드팬들은 참고하세요. 개인적으로 멋진 엔딩곡을 추가한 Windows판을 추천합니다.
여담이지만 이 게임은 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의 장래를 바꿔버린 작품으로도 유명하죠. 이 게임에 너무 감동받아 게임 제작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고 했으니까요. 그 여성의 이름은 바로 나키게를 대표하는 원화가 히노우에 이타루.
誕生 ~Debut~ - NEC Avenue, 1993년 6월 25일 발매
1992년에 발매된 졸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신참 매니저인 주인공이 오디션에서 8~10위를 한 아이돌 지망생 3명을 훈련시켜 2년 후 데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졸업 시리즈보다 공략 대상도 적고 육성 기간도 짧아 전체적으로 가벼운 느낌이지만 배경이 연애계인 만큼 캐릭터 노출이 심해 플레이어의 눈을 즐겁게 했습니다. (졸업 시리즈보다는 어른스런 이벤트들도 많았습니다.)
1993년 PC-9801판을 시작으로 이듬해 PCE로 이식되었으며 1996년 중반에는 3DO와 새턴판이 발매되었습니다. 1994년에는 2부작 OVA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다케이 마사키가 참여하지 않았고 완성도도 별로라 추천은 하지 않겠습니다.
ドラゴンナイト4 - elf, 1994년 1월 25일 발매
마계의 왕인 디드를 쓰러뜨리고 세상의 평화를 지켜낸 야마토 타케루는 여행 중 부부의 연을 맺은 루나 사이에 카케루라는 아들을 두었습니다. 아버지의 피를 받아 매사에 적극적인 카케루는 15세가 되었을 때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모험을 떠났고 비슷한 시기에 마족이 인간계를 침공합니다. 이에 카케루는 침공군의 우두머리 루시폰에 대항할 동료들을 모으면서 마계가 인간계의 운명을 건 거대한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엘프의 대표작 중 하나인 드래곤나이트 시리즈 4번째 작품으로 전작 주인공의 아들대로 시대 배경을 일신했으며 시스템도 쿼터뷰 방식의 SRPG로 변경했습니다. 동급생으로 인기가 높았던 원화가 타케이 마사키의 미려한 캐릭터들도 괜찮았지만 타임 패러독스 방식의 독특한 스토리 전개와 충격적인 반전 덕분에 시리즈 사상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지요.
1996년말에 에로씬을 삭제하고 전투 난이도를 조절한 슈패판이 발매되었으며 1997년에는 PS와 PC-FX로 이식되었습니다. 2007년 6월 29일에는 그래픽을 일신하고 전투 화면을 3D로 바꾼 Windows용 리메이크판이 발매되었는데 3D 퀄리티가 별로고 스토리상 별다른 추가 요소가 없어 원작만한 인기를 끌지는 못했습니다. (리뷰)
同級生2 - elf, 1995년 1월 31일 발매
1992년에 발매된 동급생의 속편으로 1994년 5월에 발매된 두근두근 메모리얼의 인기와 맞물려 연애 게임 붐을 일으킨 장본인입니다. 1편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2편의 완성도가 워낙 뛰어나 시리즈의 팬들은 동급생하면 이 작품을 제일 먼저 떠올립니다. 이런 유명세를 반영하듯 PC-9801판 발매를 시작으로 PC-FX(1996년 8월 9일), SS(1997년 7월 11일), PS(1997년 8월 7일), Windows(1997년 8월 29일), SFC(1997년 12월 1일)와 같이 다양한 플랫폼으로 이식되거나 리메이크판이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팬디스크 플레이가 가능했던 Windows판도 괜찮았지만 주인공 사정 장면을 제외하고 에로씬 전체를 완벽하게 이식한 PC-FX판을 가장 높게 쳐주고 싶습니다. (이식한 플라이트 플랜이 약먹은 줄 알았어요.)
고교 졸업을 앞둔 마지막 겨울 방학, 주인공 류노스케의 추억 만들기가 게임의 주된 스토리 라인인데 15명의 공략 대상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호감도를 높여 한 명과 엔딩을 보는 방식입니다. 당시 다른 게임에 비해 캐릭터 수가 많은 편인데도 히로인들의 개성이 풍부하고 관련 이벤트들이 잘 짜여져 있어 재미면에서는 다른 어떤 게임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수준입니다. 더구나 현실에서 있을법한 연애 과정을 잘 아우르는 게임 스토리나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는 소녀들의 감정을 매력적으로 묘사해 놓아 한 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할 정도의 중독성을 가지고 있죠. 두말할 필요 없이 에로게 최고의 명작 중 하나이니 아직 접해보지 못한 분들은 꼭! 잡아보세요. 에로게 입문작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리뷰)
愛姉妹 ~二人の果実~ - elf, 2000년 5월 26일 발매
악명 높은 노가와 부동산 사장의 망나니 아들 노가와 타케히토는 아버지 차와 접촉사고를 일으킨 주부 유키에를 야비한 방법으로 협박해 육체 관계를 맺습니다. 아버지 승인하에 유키에와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가지면서 그녀의 딸들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유명한 미소녀 자매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어머니를 빌미로 두 자매를 꾀어내 차례대로 처녀를 빼았습니다. 이런 팔염치한 행위에 만족감을 느낀 주인공은 이들 모두를 자신의 성노예로 삼을 생각을 하는데...
1994년에 발매된 막장 능욕물 애자매의 리메이크판으로 원화가가 만든 브랜드 주피터가 다 쓰러져가는 시기에 나온 것으로 보아 친정 복귀를 위한 포석이었던 것 같습니다. 타케이 마사키 스타일로 그래픽을 일신했고 음성을 추가했지만 원작 자체가 에로씬이 강하는걸 제외하고는 내세울게 없어 이 작품도 그저 그렇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당시야 스토리가 충격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리메이크판이 나온 2000년에는 이보다 더 심한 게임이 널렀으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겠지요. 팬들은 대가의 복귀작이 애자매라는 사실에 더 충격을 받았습니다.
flutter of birds ~鳥達の羽ばたき~ - シルキーズ, 2001년 2월 23일 발매
의대생인 유사쿠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숙부가 있는 시골 진료소에 지원을 나갔습니다. 고향이기도 한 그곳에서 8년만에 소꼽친구 이부키와 반가운 재회를 하고 오랬만에 시골의 향긋한 흙내음을 맡으며 진료소 일을 시작합니다. 아직 정식 의사가 아닌 관계로 진료소 안팎의 잡일과 요양 중인 환자 상담을 주로 하게 되는 주인공. 이런 그에게 호감을 보이는 소녀들과의 잔잔한 일상을 다룬 순애물입니다.
원화가의 친정 복귀작으로 포근한 게임 분위기와 부담 없는 스토리로 괜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랜덤 이벤트가 많아 일부 캐릭터 공략이 어렵긴 했지만 지병이나 기타 사정으로 마음의 상처를 가진 소녀들과 마음을 나누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묘사해 실키즈도 유저들을 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키 스타일의 나키게를 좋아하시면 잡아보세요.
flutter of birdsII 天使たちの翼 - シルキーズ, 2002년 2월 22일 발매
영국인과 일본인 혼혈인 주인공 신야는 아버지와 함께 지내다 처음으로 어머니의 나라 일본을 방문합니다. 숙모의 도움으로 교회에 잠시 머물면서 어머니의 흔적을 찾기 시작하는 주인공과 이를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소녀들. 흰 눈이 어울리는 작은 지방 도시를 배경으로 이들이 엮어가는 잔잔한 일상이 게임의 주된 스토리 라인입니다.
2001년에 발매된 flutter of birds ~鳥達の羽ばたき~의 속편으로 겨울 분위기를 잘 살린 잔잔한 스토리와 소녀들과의 아기자기한 일상을 묘사한 깔끔한 텍스트로 전작 이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히로인 수는 줄었지만 캐릭터의 개성은 이쪽이 더 나으니 전작을 감동적으로 플레이했던 유저라면 놓치지 마세요.
女系家族 - シルキーズ, 2002년 10월 25일 발매
엄청난 재산을 보유한 산노우지 가문에 양자로 들어간 형이 자살을 기도하다 중태에 빠집니다. 형의 자살 기도를 수상히 여긴 동생 시유지는 한통의 유서를 받게 되고, 거기에는 형이 죽으면 모든 재산이 자신에게 상속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형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아내기 위해 유서를 들고 산노우지 가문의 대저택으로 향하는 시유지. 그런 주인공을 4명의 아름다운 여성이 맞이하는데...
강도 높은 에로씬과 관능소설같이 퇴폐적인 텍스트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게임 초반의 긴장감을 제대로 못살린 평범한 능욕물이었습니다. 이벤트의 90% 이상이 에로씬으로 채워져있었고 타케이 마사키가 참여한 작품 중에서는 드물게 화간이나 SM, 3P 같은 과격한 묘사가 많았는데 원화가의 그림체와 게임 분위기가 잘 어울리지 않아 일부 장면들은 거북하기까지 했습니다. 비슷한 분위기의 능욕물을 원하신다면 후속편인 女系家族 ~淫謀~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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